항아리와 장독대, 추억을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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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아리, 수천년 역사와 함께 하다

장독대에 가지런하게 줄지어 있는 항아리는 옛 추억뿐만 아니라, 수천년 역사를 지닌 대한민국의 역사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특징을 잘 나타내고 있습니다.

항아리는 발효식품을 보관하는 최고의 용기입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항아리에는 미세한 숨구멍이 보입니다.

매일 장독대에서 항아리를 닦아주는 것도 이 숨구멍이 제대로 유지되기 위함입니다.

그래서 정성스럽게 장독대를 보살핀 이유이기도 합니다.

항아리, 지역별로 조금씩 다르다

지역별 항아리 모양도 조금씩 다릅니다.

경기도 항아리는 큰 키에 비해 폭이 좁고 날렵한 항아리 형태를 기본으로 합닏.

입과 밑지름의 크기가 비슷한 남부지역의 옹기형태와 비교해 볼 때 비교적 배가 덜 부르고 배 지름에 비해 입과 굽이 큰 편입니다.

충청도 항아리는 여러 지역 가운데 가장 중간 형태에 가깝습니다.

둔탁한 형태의 그릇모양으로 입과 밑지름이 동일한 규격을 보입니다.

경상도 항아리는 입구와 굽이 좁고 배가 불룩하게 나온 형태입니다.

특히 어깨부위가 잘 발달되어 있고, 입지름과 밑지름이 좋은 형태를 띄고 있습니다.

항아리에는 무엇을 담았을까?

항아리에는 주로 된장, 고추장, 간장을 담아 보관합니다.

요즘 현대에 와서는 항아리는 쓰임새가 다양해 졌습니다. 항아리 바베큐, 소금 항아리, 항아리 보쌈, 술 항아리, 항아리 수제비, 쌀 항아리, 심지어 항아리는 화분으로 사용되고 하고, 어떤 때는 작품으로 태어나기도 합니다.

고추장 만들기

전통발효식품의 대표적인 찹쌀 고추장은 고춧가로, 찹쌀가루, 엿기름, 메주가루, 쌀조청, 오미자청, 소금(천임염) 등을 넣어 맛있게 담급니다.

이렇게 만든 고추장은 항아리에 보관합니다.

항아리 소독은 뜨거운 물을 끓여서 붓기도 하고, 햇볕에 노출시켜 단지를 바짝 말려 주기도 합니다.

예전에 짚은 태워 소독을 하기도 했답니다.

간장과 된장 만들기

매년 콩으로 메주를 만들고 이 메주를 가지고 간장에 담그면 된장이 됩니다.

간장과 메주, 그 위에 고추와 숯을 띄워줍니다.

담근지 3주 정도가 지나면 하얀 곰팡이가 덮이기 시작합니다. 잘 띄운 메주는 이렇게 된답니다.

잘 뜬 메주를 부드럽게 만들어 줍니다. 간장을 부어서 간을 잘 마추고, 항아리에 담아 숙성을 시켜 줍니다.

한달 정도가 지나면 구수한 된장으로 태어납니다.

된장과 간장, 그리고 고추장을 만들면 일 년의 먹거리가 완성된 것입니다.

한국인의 맛과 항아리

한국 소설 황순원의 ‘독 짓는 늙은이’에서도 항아리 이야기가 나옵니다.

오랫동안 독을 만들어 온 송 영감을 통해서 독을 굽지만 이미 기력이 약해져서 자기 힘으로는 독을 만들기 힘들었습니다.

젊은 제자의 독이 멀쩡하게 구워지는 걸 보면서 새로운 독들이 그 명성을 이어가는 장면을 남겨주기도 합니다.

이처럼 한국민의 정서에는 늘 항아리가 함께합니다.

장독대의 된장 항아리를 열면 하얗게 장꽃이 피고, 할머니 손맛으로 담근 간장을 수백년을 이어가는 씨간장이 되기도 합니다.

맑은 공기와 따뜻한 햇볕을 받으며 잘 익어가는 모습은 지금도 시골에 가면 볼 수 있습니다.